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인생의 이면에 존재하는 슬프고 아픈 사연들을 자세히 알려줄 것인지 말 것인지, 바르고 따뜻한 어른들 사이 매너리즘에 빠진 혹은 부도덕한 모습을 가진 어른들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인지 말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깨달아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 중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얻어지는 경험들이 남긴 깨달음이 모두 긍정적으로 남겨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까운 어른의 따뜻한 말한마디와 지혜로운 본보기가 인생의 많은 순간 좋은 선택을 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일찍 경험해온 나로서는 매번 고민이 된다.
책 속에는 작디 작은 아이의 일상이 그려져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른인 나는 자꾸만 울컥하고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피식 웃어댔다. 계속 같이 읽어도 될까, 고민을 하면서 끝까지 읽어본 나는 수건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어렸을 때 슬픈 예감이 자꾸 드는 이야기를 듣거나 볼 때면 나는 온 우주를 향해 빌었다. 결말이 부디 슬프지 않도록, 제발 혹시나 일어날까 염려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서. 큰 아이가 책을 내려놓지 않고 계속 읽길래 설마 저 두꺼운 책을 오늘 다 읽진 못하겠지, 생각하며 아픈 결말에 대해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시켜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윽고, 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옆에 앉아 끝부분을 함께 읽었다. 우리는 말없이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안 그랬으면 좋았을텐데…..,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서 이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토닥토닥 등을 쓰다듬었다. 오분 정도 지나 동생과 뛰어노느라 신이 난 아이의 얼굴을 보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책, 오늘 우리가 함께 느낀 슬프고 아픈 감정이 먼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우리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많이 많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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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함께읽는책
#아이들은즐겁다#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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